마인드맵(Mindmap)을 사용하는 사람은 꽤 많은데 마인드맵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효율적인지는 아는 사람은 드물다. 뭐든 마찬가지겠지만, 본질을 알게 되면 그것을 더 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며 곧 이 글의 목적이다.
Contents
1 안녕? 마인드맵
어디서부터 이야기 하는 게 좋을까? 재미없는 정의보다도 내가 처음 마인드맵을 접한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에게 마인드맵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사람은 내가 초등학생일 때 다녔던 작은 독서 교실 여 선생님이었다. 독서 교실의 수업은 매 주, 책을 한 권씩 읽어오고 토론과 글짓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었는데, 선생님은 종종 책 제목을 화이트보드에 큼지막하게 적으시고 우리에게 등장인물, 성격, 관계, 스토리라인, 교훈 등을 말하게 유도하셨다.

▲ flickr – ⓒ hqqnW
주요 단어 옆에는 위의 사진처럼 그림도 그려주시고 우리가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마치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지며 자라나는 것 처럼 가지를 늘려나가셨다.

▲ deviantart – ⓒ Hakuyako
나는 이 시간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무엇보다도 답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엉뚱한 발언을 해도 제약하지 않으셔서 좋았고 친구들과 협업하며 커다란 맵을 완성하는 성취감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완성된 맵은 뭔가 그럴싸해 보였다.
물론 초등학생이던 나는 마인드맵을 사용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는지, 마인드맵이 얼마나 효율적인 기법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선생님의 의도도 이해할 수 없었고 그저 재밌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 선생님 참 대단하신 분이다.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마인드맵 기법을 활용한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진행하셨으니 말이다. 이때가 초고속 인터넷도 보급되기 전이고 영국에서 이제 막 MindmapBook이 출간되던 시점이다.
2 토니부잔
중학생이 되면서 독서교실을 그만 나가게 됐고 마인드맵은 자연스럽게 내 머리를 떠나버렸다. 그리고 10년도 더 지난 2010년 서점에서 <마인드맵 북>이란 책을 발견했다. (1970년대에 마인드맵 기법을 창시(?)한 토니부잔이 동생 배리 부잔과 함께 15년간 정리하며 집필한 책. 영국에서 1995년, 국내 번역본은 2010년 출간.)
이 책은 자세한 사용 방법 보다도 개념서에 가깝다. 집필 동기와 정의를 풀어놓고 자연, 과학적 근거를 갖다 붙이지만 이 부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아마존 베스트 서평에는 사이비 과학(pseudo science), 비즈니스를 위한 약팔기 서적, 세뇌(branwashing) 시키려는 서적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토니부잔이 마인드맵을 창시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분명히 그 이전에도 방사 형태의 다이어그램은 늘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당연한 것도 – 물론 오류가 없어야겠지만 – 정리하고 이론으로 엮어낼 수 있으면 그 또한 존중받아 마땅하다. 다음 챕터에서 설명하겠지만, 부잔 형제는 로저 스페리의 대뇌피질 연구 결과를 마인드맵 효과의 이론적 근거로 삼는다.
3 마인드맵이 효과적인 이유
#1

▲ 좌뇌는 논리, 우뇌는 감성을 관장한다는 것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Benz의 광고
1960년대에 로저 스페리(Roger Sperry)교수는 대뇌피질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내용을 짧게 요약해보면 “인간의 우뇌는 리듬, 인식, 상상, 공상, 그림, 색상, 차원 등의 지적 영역을 지배하는 반면 좌뇌는 단어, 논리, 숫자, 순서, 선, 분석, 목록 등의 강력한 정신적 기능을 지배한다.”는 내용이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후계자인 온스테인, 자이델, 마이클 블로치와 같은 학자가 그의 연구를 발전시키고 보완했다.1
잠시 아래의 그림을 보도록 하자.
1,2,3 중 어느 것이 가장 시각적으로 보이는가? 또, 어느 것이 더 기억하기에 용이한가?
3 > 2 > 1의 순이다. 왜 그럴까?
단어에 선을 두르면 우리 뇌는 단어가 아닌 그림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또 그림과 그림을 연결하거나 위계(좌뇌 우뇌로 정렬)적 범주화를 했을 때 그림이 아닌 도해로 인식하게 된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간다면 단어 뒤에 뇌 모양의 그림을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좌뇌와 우뇌를 구분하기 위해 색상을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설명을 돕기 위한 관계, 구조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즉, 마인드맵을 활용하면 좌측 대뇌피질의 기능과 우측 대뇌피질의 기능에도 자극을 가할 수 있다.
#2
아래 그림은 언어나 국적에 상관없이 전 세계의 모든 학생과 그 외 전문직에 종사하는 노트 작성자와 노트 필기자의 95%가 사용하는 3가지 주요 노트 유형이다.
- 문장/이야기 형식
커뮤니케이션되는 모든 것들을 단순히 글로 옮겨 쓸 때 사용된다. - 목록형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하는 데 사용된다. - 숫자와 철자 혼합형
상위 범주와 하위 범주로 이루어진 위계 조직적 이치에 따라 기록할 때 사용된다.
이렇게 직선식 노트를 필기하는데 사용한 대뇌피질의 기능은 단어, 논리, 숫자, 직선, 목록, 논리, 분석, 색상(단색상) 주로 좌뇌의 기능만을 사용한다.
이번에는 마인드맵으로 구조화한 예를 보자.
관여도에 따라 리듬, 인식, 상상, 공상, 그림, 색상, 차원 등 우뇌의 기능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된다.(물론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품이 더 많이 든다.)
그 밖의 장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눈에 전체 구조가 보이기 때문에 잘못되거나 중복된 부분을 체크하는 것이 쉽다. 또 가지(branch)들 간의 연상결합을 할 확률도 높아진다. 즉 중심 토픽에 관하여 직선식으로 정리하는 것보다 깊이 생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상징적인 기호(sign, symbol)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나중에 마인드맵으로 기록한 것을 봤을 때 장기기억에서 정보를 꺼내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마인드맵은 훌륭한 ‘요약본’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마인드맵의 본질이다.
뭐,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4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가?
사람마다, 직업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업무에 이용할 수도 있고 또 학습에 이용할 수도 있다. 좀 세부적으로 이야기해보면 회의록 작성, 노트 필기, 브레인스토밍 회의 등 사용하지 못할 일이 하나 없다. 저자는 결혼서약서도 마인드맵으로 작성했다고 하는데 퍼포먼스인지 진심인지…
나는 머릿속에 프로젝트나 어떤 일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고 맴돌 때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차분히 앉아서 마인드맵을 그린다. 처음에는 생각나는 것들을 마구 적어내고 그다음 이것들을 조직화하고 분류한다. 그러다 보면 중복되는 사항, 부족한 부분, 연결점들, 버려야 할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특성만 잘 알고 있다면 어디든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4.1 목차 짜기
주로 텀페이퍼, 논문, 블로그에 작성하는 글의 목차를 만들 때 마인드맵을 사용한다. 짧은 글이야 마인드맵이 필요 없지만 구조가 복잡한 글을 쓰기 전에는 마인드맵이 꽤 유용하다. 설계도를 세우고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다. 이제 논리적인 분석, 계획 단계는 모두 끝냈기 때문에 쓰기만 하면 된다. 무작정 쓰기 시작하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2부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디지털 마인드맵을 사용하면 word나 txt파일로 변환할 수 있다.)
4.2 벼락치기용 페이퍼
내가 학부 시절 많이 사용했던 방법이다. 평소에 소홀히 했던 과목은 (물론 늘 소홀히 했지만) 시험 전에 겨우 공부하는 일이 많았는데 마인드맵으로 한 번 정리하고 달달 외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 밖에도 회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발표 내용을 정리할 때 마인드맵은 요긴하게 쓰인다.

▲ 이면지 함에 짱박혀 있던 벼락치기용 페이퍼들
4.2 아이디어 발상 / 회의
마인드맵=브레인스토밍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독서교실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브레인스토밍 회의 방법과 마인드맵 기법은 찰떡궁합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많이 내야하는 회의, 내용이 복잡한 회의에서 마인드맵을 사용하면 유용하다.
노트북(마인드맵 프로그램)을 빔프로젝터에 연결해서 타이핑하거나, 화이트보드 판서를 이용해도 된다. 브레인스토밍의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도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2부에서는 디지털 마인드맵(마인드맵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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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각 반구가 두뇌의 어떤 특정 영역과 활동을 지배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양 반구는 두뇌의 모든 영역을 관장하고 있다. 로저 스페리에 의해 양분된 정신 기술은 사실상 대뇌피질 전체에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마이클 블로치는 자신의 논문 “Tel/Syn”에서, “우리 스스로가 오른쪽 두뇌의 사람 혹은 왼쪽 두뇌의 사람으로 규정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마인드맵북, 인사이트미디어 p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