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 (Office)의 모습을 한 번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필요한 도구의 목록을 나열해보면 복사기, 프린터, 팩스, 전화기, 테이블이 있을 것이고 그 위에는 컴퓨터가 놓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 내부를 들여다보면 윈도 운영체제에 MS오피스, 아래아한글 오피스가 설치되어 있을 것이고 하드디스크에 자료를 차곡차곡 저장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인터넷의 등장 이후 웹하드, 클라우드 저장공간, 웹 오피스가 생겨나며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는 등 많은 변화가 생겨났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사무자동화 (Office Automation)를 도입한 현대 사무실의 모습은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이고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네트워크 기술 혁명이 사무실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또 어떻게 바꿔놓을지 살펴보도록 하자.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Computer&Computer Software)의 등장
“컴퓨터(Computer)의 시작은 계산(Computing)기”
2차 세계대전 당시 야포나 미사일 발사를 하기 위해 탄도를 계산하려면 하루나 이틀 정도가 걸렸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이 얼마나 답답한 일이었겠는가?
결국 전시상황에서의 긴장감과 경쟁심은 에니악이라는 30톤짜리 초대형 계산기를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1944년) 에니악은 하루나 이틀이 걸리던 계산 작업을 불과 30초 정도에 해냈다. 인간보다 무려 1,440배가 빨랐으며, 오류를 범할 가능성조차 없었다. 인간이 만든 가장 효율적인 도구, 컴퓨터는 이렇게 탄생했다.

▲ 가로 90m, 세로 15m, 무게 30톤의 에니악 / http://goo.gl/drpnsx
“개인용 컴퓨터 (PC, Personal Computer)”
세계대전이 끝나고 50, 60년대를 거치며 방위산업 (defense industry)의 성장과 함께 디지털 기술 혁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혁명의 물결을 타고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 남부에 전자, 전기, 마이크로칩, 비디오 게임, 컴퓨터 회사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재 온갖 종류의 첨단기술 회사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 밸리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 때까지만해도 컴퓨터는 일반인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가격도 비쌌고 전자, 전기, 컴퓨터 언어등의 지식 없이는 다루기 힘든 도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티브잡스가 스티브 워즈니악이 설계한 회로기판과 소프트웨어를 사람들에게 팔자고 제안했을 때 워즈는 일반인은 컴퓨터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잡스는 워즈를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둘은 1976년 애플컴퓨터를 창업한다. 그리고 1977년에는 키보드, 모니터가 일체화된 통합패키지형 컴퓨터인 애플II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개인용 컴퓨터 (PC, Personal Computer) 시대의 장이 열렸다.

▲ 두 명의 스티브, 개인용 컴퓨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애플-II (1977년) / http://goo.gl/aXKJt
“비지칼크(VisiCalc) – 만약에 엑셀(Exel)이 없었더라면~”
애플 컴퓨터를 설계한 스티브 워즈니악 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개인용 컴퓨터 시장, 애플-II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그 이유는 바로 비지칼크(VisiCalc)라는 애플컴퓨터와 독점 계약을 맺은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지칼크는 최초의 표 계산 프로그램(스프레드시트)으로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엑셀(Exel)의 전신이다.

▲ 애플II와 비지칼크의 모습 (1978년) / http://www.bricklin.com/visicalc.htm

▲ 당시의 비지칼크 광고 / http://www.bricklin.com/visicalc.htm
지금이야 엑셀 프로그램이 사무자동화 (Office Automation) 의 표준이 되었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이때의 비지칼크는 정말 혁신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이었다. 더이상 종이 스프레드시트로 계산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비지칼크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느냐면, 출시된 지 1년 만에 10만 카피가 팔려나갔다. 또한, 비지칼크를 사용하기 위해서 애플II를 구매한 기업, 개인의 수도 상당했다고 전해진다. 비지칼크의 발명은 PC를 전 세계 비즈니스의 필수품으로, 그리고 PC 산업을 전 세계에서 가장 수지맞는 신종 비즈니스로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또 비지칼크와 애플II의 성공은 주로 메인프레임 (대형 컴퓨터)을 만들어 대기업, 정부의 연구기관에 납품하던 IBM이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뛰어들게 된 주 요인으로 꼽힌다.

▲ IBM에서 발매한 개인용 컴퓨터 (1981년, 1984년) / http://en.wikipedia.org/wiki/IBM_PC_compatible
해커정신과 집단지성에 관한 소고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당시에는 소프트웨어 특허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1982년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멀티플랜(엑셀의 전신)을 출시하게 되고 1983년 발매된 MS-DOS용 로터스1-2-3 (Lotus 1-2-3)은 비지칼크의 인기를 추월해 버린다. (비지칼크를 만든 덴 브르클린으로서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을 것이다. 후문이지만 덴 브르클린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내 아이디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돈보다 중요하다.” 라는 대인배 같은 명언을 남겼다.)

▲ 멀티플랜(1982년), 로터스1-2-3(1983년)
그리고 1984년 애플은 그래픽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최초의 상용 컴퓨터 매킨토시(Macintosh)를 내놓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1985년에 멀티플랜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매킨토시용 엑셀 1.0을 출시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엑셀이 얼마나 매력적인 소프트웨어였는지 잡스는 엑셀에 홀딱 반해 게이츠와 비밀 협상까지 맺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년 동안 엑셀을 오로지 매킨토시에만 독점 제공하고 IBM PC버전은 만들지 않는다면, 애플에서 베이식의 매킨토시 버전을 개발하는 팀을 없애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베이식에 대한 무기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주겠다는 것이었다[1].

▲ GUI를 탑재한 최초의 상용 컴퓨터 매킨토시Macintosh /MacWorld Magazine (1984년)

▲ 매킨토시용 엑셀1.0 (1985년) / http://goo.gl/Obj5N5
이후는 우리가 알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매킨토시와 같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GUI)기반의 윈도 운영체제를 출시하게 되고 IBM의 적극적인 PC 판매에 힘입어 전세계 PC 운영체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MS-DOS용 로터스1-2-3, 비지칼크와 같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추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를 묶어 놓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윈도 운영체제는 전세계 사무자동화 (Office Automation)의 표준이 되었다.

▲ 매킨토시용 파워포인트 (1987년) 윈도우용 워드(1989년)
2부에서 계속…
참고
비지칼크, PC http://plyojump.com/
비지칼크 http://www.bricklin.com/visicalc.htm
비지칼크 http://en.wikipedia.org/wiki/VisiCalc
에니악 http://goo.gl/xt5Hz
[1] 윌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민음사, 2011), 289p